사피엔스 책 리뷰
총 균 쇠 다음으로 읽어야 할 책은 응당 사피엔스 다.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인류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를 살펴보자.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는 인류 안의 다양한 집단 간의 서열이 어떻게 매겨졌는지를 정리한 책이다.
반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는 지구 상의 많은 종들 중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선택될 수 있었는지 정리한 책이다.
나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더 재미있고 더 잘 읽혔다.
내 생각의 기저를 흔드는 질문들도 몇가지 던져줬고, 고정관념을 깨기도 해준 유익한 시간이었다.
사피엔스 책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생각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 사피엔스가 다른 호모 종과 달리 도태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 농업혁명이라 부르는 농사의 시작
- 사피엔스를 결속시켰던 무수한 허구의 개념들
- 앞으로의 인류의 방향
- 행복을 추구하는 법,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방법
이 내용에 대한 답변으로 이번 블로그 포스팅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1. 사피엔스가 다른 호모 종과 달리 도태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인지혁명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할 당시로 돌아가 보자.
호모 속에 속하는 종들은 지금보다 훨씬 다양했다.
지금은 우리 모두 호모 사피엔스로, 단일 종만 자연선택되어 남아있다.
그러면 우리들의 어떤 성질이 생존에 유리하게 만들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역사시간이나 생물학 시간에 한번쯤 들어봤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시작해 네안데르탈인, 자바인, 호모 에르 가스터, 호모 에렉투스 등등의 많은 호모 종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각기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 그 지역에 적응을 해서 종분화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생물학적 종이 달라진 호모 종들은 결국 호모 사피엔스만을 남겨두고 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화석이 되어 우리에게 발견되는 정도가 되어버렸다.
저자는 이렇게 호모 사피엔스만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지 이유를 언어의 유연함으로 봤다.
원숭이 유인원들도 언어가 있어서 독수리나 사자에 대비해 도망치라는 말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사자 동상을 만들어 섬기지 않고, 신을 숭배하지도 않으며 내세가 존재한다는 말을 믿지도 않는다.
사피엔스는 이런 허구를 믿는 능력이 있었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을 전달하고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이 능력 때문에 살아남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의사소통 방식을 '인지혁명'이라고 부르고 있고, 이 능력 덕분에 다른 호모 종이나 유인원들 보다 집단의 크기가 커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규모는 50-100명 정도로 제한된다고 한다. 뒤이어 등장한 이론은 뒷담화 이론이다.
뒷담화를 통해서 집단 내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야기들이 사람들을 더욱 더 결속시켜주는 역할을 해냈다는 이론이다. 이 뒷담화 이론 덕분에 인간의 규모가 150명까지도 커졌다고 한다.
그 이후부터는 이제 허구의 개념이 들어간다.
이 개념이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흔히 배웠던 종교, 제국, 신분에 대한 사회적 약속은 사실상 모두 실재하진 않는 것들이다.
제국이 존재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기 때문에 제국이 힘을 갖고 왕들이 힘을 얻게 된다.
신의 존재를 믿기 때문에 사제가 생겨나고 종교가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더 자세한 부분은 3번째에서 다루고 여기서는 이 정도만 하고 넘어가겠다.
어쨌든 이렇게 인지혁명과 뒷담화 이론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의 집단의 규모가 다른 종에 비해 월등히 커져버렸다.
그래서 1:1로 보면 네안데르탈인에 비해서 호모 사피엔스가 체구도 작고 약하지만 그 숫자가 월등히 많아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것들이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선택될 수 있었던 이유다. 인지혁명과 뒷담화 이론, 허구를 믿는 능력.
2. 농사의 시작, 농업혁명
농사의 시작에 대한 내용은 총 균 쇠에서 자세하게 다뤘다.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따라 농사를 시작할 수 있는 여러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었을 경우에 농사가 시작 됐고, 그 지역을 중심으로 문명이 발전했다고 말이다.
2021/02/28 - [책 리뷰] - [책 리뷰] 총 균 쇠
[책 리뷰] 총 균 쇠
총 균 쇠 책 리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를 드디어 읽게 됐다. 무지막지한 책의 두께에 압도당해 꺼내지도 못했던 이 책.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께 처음 소개 받았지만 생활기록부 작성
youonsun.tistory.com
사피엔스에서 주목하는 농업혁명에 대한 내용은 또 신선하다.
이렇게 신선한 내용들이 많아서 총 균 쇠 보다 잘 읽혔고 재밌다고 느꼈을지 모르겠다.
사피엔스에서 이야기하는 농업혁명은 문명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기 보다는 이미 시작해버려서 수렵채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설명하고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수렵채집이 농사에 비해서 삶의 질 측면에서 훨씬 월등했다고 한다.
섭취하는 영양성분의 다양성, 음식을 얻기 위해 하루에 일하는 시간의 차이 등등 적게 일하고 다양한 음식을 적절하게 먹을 수 있는 수렵채집에 비해 밀의 생존환경을 개선시켜주기 위해 하루 온종일 농사에 전념하고 생산물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으로 제한되는 농업은 단점이 더 많았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시작해버린 농사고,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는 생산량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하여 농사의 일꾼을 늘리기 위해 자손을 많이 낳았고, 그렇게 인구가 증가해 생산량 증가의 잊엄이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렵채집으로 돌아가기엔 늘어난 인구를 수렵채집으로 부양할 수 없었고, 농사를 그만둘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농기구들이 발전하고 농사기법이 등장해 생산량이 늘어나면 그에 맞춰 인구도 늘어나고 늘어난 인구를 줄일 수 없으니 계속해서 농사를 짓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가 '밀'의 생존신화에 기여한 일꾼으로 전락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밀의 입장에서 보면 생존하기 척박한 환경을 인간이 다 개선해주고 다른 동물들로 부터 보호해주며 병충해로부터도 막아준다.
잡초를 뽑아주고, 물도 계속해서 제공해주며, 자연재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준다.
생태계에서 차지하던 밀의 생태학적 역할에 비해서 훨씬 많은 개체수가 증폭하게 됐고 하나의 종으로써 '성공' 하게 됐다.
그리고 이는 인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즉 저자는 밀의 생존신화의 노예로 전락한 사피엔스를 발견했다고 한다.
밀의 입장에서 바라본 농업혁명의 신선한 시각이 굉장히 재미있는 개념이었다.
3. 사피엔스를 결속시켰던 무수히 많은 허구의 개념들. 종교, 제국, 돈, 각종 이데올로기
이제 이 책의 내가 생각하기에 하이라이트인 부분이다. 앞서 말했던 인지혁명과 뒷담화 이론이 우리들, 사피엔스를 결속시켰다.
그리고 더 나아가 허구들이 우리들을 더 큰 집단으로 키워줬고, 생존경쟁력을 얻게 해줬다.
이 허구는 형태만 바뀔 뿐 계속 존재해서 우리들을 결속해왔다. 대표적으로 돈 제국 종교가 있다.
물물교환으로만 거래되던 것들이 돈이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가치가 결정되고 비교적 가벼운 물건(화폐)로 물건(생필품)을 살 수 있게 됐다. 또, 쌀 한가마니에 해당하는 토마토의 양을 결정짓기 어려움을 해소해줬다. 쌀과 토마토의 화폐상의 가치가 결정됐기 때문. 게다가 생산시기가 다른 물건들의 교환도 화폐의 등장으로 가능해졌다.
종교의 등장은 서로 배려하게 하고 근검성실을 이끌어냈고, 서로 사랑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이바지 했음여, 제국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많은 군인들의 피를 정당화시키는 좋은 허구로써 작용했다.
이렇게 인류는 이런 허구들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집단을 키워왔고, 성장해왔다.
여기까지는 그냥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이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그런데 저자는 이 개념을 현대까지 연장시킨다. 우리가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는 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 사회주의 등등의 개념도 허구에서 시작했고, 제국, 종교, 화폐의 연장선일 뿐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저 신을 믿던 유신론적 종교에서 무신론적 인간숭배의 종교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자유주의 체제는 인간성이 각 개인의 내면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인간성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인권을 믿고 보호해야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생각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는 인간성이 집단에 있다고 생각한다. 개개인의 최대한의 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반해 사회주의가 평등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부자가 거지보다 특권을 누리면 돈이 평등이라는 인간성을 뛰어넘는 존재가 되기 때문에 인은 용납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진화론적 인본주의가 있다. 이는 나치다. 인간 역시 진화를 하는 동물이며 인류의 진화를 위해서는 인종을 관리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리아인을 제외한 유대인 등의 인종을 학살하는 일을 벌인 것이다.
이렇게 세 가지의 인본주의를 정리하고 보니 우리 사회가 지금 추구하는 가치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신을 통해서 결속시키던 사피엔스들을 개인의 존엄성 인간성으로 결속시키고 있다. 개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한 과제고, 그 자유 안에서 우리는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경쟁력을 키워야한다. 경쟁을 정당화하고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에 대한 생색을 누군가 내고 있는건 아닐까라는 섬뜩한 생각이 순간 스쳤다. 어쨌든 내가 생각하기에 종교 제국 화폐 모두 어떤 집단이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보다 수월하게 다스리기 위해서 만든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주의 역시 그런 수단으로 누군가가 이용하고 있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치게 해서 이 챕터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했다.
4. 앞으로의 인류의 방향
이제 자유주의적 인본주의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생물학, 화학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 내부에 영혼이나 인간성이 존재하기 보단 물질들의 상호작용과 화학반응들이 전부라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우리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과학적 발견들이 증가함에 따라서 과학적 사실에 기반을 둔 사회로 나아갈 듯 하다. 무지를 인정하고 관찰과 수학을 통해 만들어낸 법칙들에 의존해서 살아갈 것 같다. 뇌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사고방식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는지 생물학적으로 밝혀질 것이다. 또, 영혼이나 인간의 존엄성도 중요하지만 영생과 사고의 확장을 위한 뇌 연구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
유신론적 종교를 지나 인간숭배적 무신론적 이데올로기를 거쳐서 끝내는 과학으로 귀결될 것 같은 것이 내 생각이자 유발 하라리의 생각이다. 과학이 앞으로 우리들을 결속시켜주는 개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는 허구에 의존하지 않고 관찰을 기반으로 한 사실이 힘을 가질 시대다.
5. 행복에 대하여
수렵채집에서 농사혁명으로 전환될 때의 사람들의 삶에 다시 집중해보자. 분명히 인류는 발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인의 행복은 어떠한가. 산업혁명이 일어날 당시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했다. 산업혁명의 톱니바퀴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이제는 AI세대로 넘어간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우리의 행복이 보장될까?
사피엔스는 행복해 질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은 잘 만들어나간다. 그러나 그 기술을 행복에 사용하는 데는 미숙하다. 편지 대신 E-mail이 등장해 시간을 절약해 줬지만 우리들의 여가시간은 크게 변함이 없다. 컴퓨터가 등장하고 현존하는 종이에서 0,1로 이루어진 문서로 바뀌었지만 우리들의 여가시간은 역시 크게 변함이 없다. 시간이 단축된 만큼 일이 늘어났다. AI의 발전도 우리들의 삶을 분명 편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개인이 찾아야 한다.
하라리는 행복의 의미에 대한 개인의 환상을 폭넓게 펴진 집단적 환상에 맞추는데 있을지 모른다고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이 집단이 다같이 생각하는 행복에 대한 환상과 일치할 때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내가 원하는 것을 남들도 다들 원해하고, 이를 성취할 때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자기기만과 자기합리화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우울한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 잣대가 타인들의 잣대와 일치하게 생각을 고쳐야할수도 있고, 그러지 않다면 행복해지지 못하는 선택을 해야할 수도 있다.
나는 어떻게 행복을 추구해야하나?
고타마 싯다르타의 깨달음을 빌려보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번뇌다. 원하는 것을 이뤘으면 그 행복함이 오래 지속되게 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원하는 것을 못 이루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상태든 나의 태도가 행복을 좌지우지 한다.
이 번뇌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때의 감정을 그때 그대로 받아들이고 끝내버리는 것이다. 고통은 고통대로 빨리 끝나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기쁨도 마찬가지다. 지속되길 바라면서 집착하고 끙끙 앓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기쁨을 만끽하고 행복해하고 끝내는 것이다. 이는 명상을 통해서 이룰 수 있고, 열반에 들어 고통에서 결국 해방될 수 있다.
열반의 경지에 오르긴 힘들겠지만, 고통은 고통대로 행복은 행복대로 순간의 감정에 충실히 살아가는 삶의 자세는 배울만 하다.
총 균 쇠에 이어서 사피엔스까지 읽으면서 인류 속에서 나의 역할 나의 위치를 생각하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인류가 어떤식으로 살아왔으며 그 과정은 어떠한 인과관계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고, 최종적으로 나의 행복을 어떻게 추구할 수 있는지 까지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두껍고 무거운 두 책을 무사히 읽어내고 이렇게 정리까지 할 수 있어 뿌듯하다. 이 뿌듯함과 성취감의 맛을 계속 보고싶다. 앞으로의 지적유희는 계속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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