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책 리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를 드디어 읽게 됐다.
무지막지한 책의 두께에 압도당해 꺼내지도 못했던 이 책.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께 처음 소개 받았지만 생활기록부 작성용으로 서론만 읽었던 책이다.
시간 많은 군대 개인정비 시간을 활용해서 천천히 한 챕터씩 읽어나갔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왜 어떤 민족들은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어떤 차이가 이들을 이런 결과로 만들었는가?"
뉴기니에서 연구생활을 하던 다이아몬드는 뉴기니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지적 능력이 떨어짐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복지'가 부족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능이 떨어지면 자연선택되어 도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존하는 뉴기니 사람들이 유럽 사람들보다 평균적인 지능이 높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유년기에 컴퓨터 게임이나 유튜브 등의 킬링타임도 적기 때문에 아동발달학적인 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수렵채집을 유지하고 문명의 발달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이 책이 시작된다. 인종의 차이, 지능의 차이가 아니라면 어떤 차이가 이런 결과를 낳을까?
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분명히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저자는 문명의 우열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뉴기니에 비해 유럽, 서양이 뛰어나고 앞서 나간다고 말하지 않는다.
즉, 환경적 원인을 밝힘으로써 서양의 우월주의를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책을 쓰지 않았다.
그저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제국의 아타우알파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 결과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으로 그친다.
열등하고 우월하다는 가치판단을 내리기보단 사실판단에 근거해 그 원인을 파악하고자 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좋다.
이제 시작해보자. 왜 차이가 발생했을까?
제목에서도 나오듯이 그 원인은 총, 균, 쇠로 집약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이후의 것들은 농사의 시작 이후에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일 뿐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문명의 발전에 있어 농사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농사는 우리 인류가 정착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줬고, 잉여 생산물을 만들었으며, 전문가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게 해 줬다.
대장장이들을 먹일 수 있게 됐고, 건축가들을 먹일 수 있게 됐다.
기술자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됐고, 정치인들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됐다.
집단 전체의 크기가 확장됐고, 다양한 전문가들을 필요로 하는 사회가 됐다.
이렇게 문명이 탄생하게 된다. 문화가 발전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어떤 지역에서는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다른 지역은 그러지 못했을까?
이 부분이 다이아몬드가 던진 질문에 답하는 시작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여기에 다이아몬드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들고 온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저마다 다르다"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의 유명한 시작 구절이다.
이 원리는 농사의 시작에도 적용된다고 다이아몬드는 생각했다.
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만 농사를 시작할 수 있고 그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농사를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 조건들이 다 충족된 곳에서만 농사를 시작했고 거기에서 문명이 발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곳이 대표적으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기반으로 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비옥한 초승달 지대다.
그리고 황하강을 기반으로 발전한 중국의 황하문명이다.
이젠 조건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어떤 조건들이 농사를 시작할 때 필요할까?
- 넓은 지중해성 기후가 좋다.
- 지중해성 기후 중에서도 계절별, 연도별 기후변화가 커야 한다.
- 좁은 지역 안에 고도, 지형 변동이 심하다.
- 다양한 종의 포유류가 존재해 가축화를 하기 용이하다.
- 수렵채집민들의 이점이 적어서 농사로 넘어가기 쉽다.
이 정도로 꼽을 수 있다.
각 요인의 이유를 알아보자.
1,2번을 같이 살펴보면, 지중해성 기후로 계절별 연도별 기후변화가 크면 다양한 식물군이 생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종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당시의 사람들에게 선택권이 늘어난다.
다양한 식물들을 접하면서 어떤 종의 식물을 키울지 선택할 수 있고, 농사에 적합한 식물을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된다.
3번 역시 1,2번과 비슷한 이유로 중요한데, 고도, 지형의 다양함은 역시 작물화하기 위한 식물의 종을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즉 1,2,3번 모두 식물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4번은 1,2,3번의 결과일 수도 있는데, 다양한 포유류가 존재하면 좋다. 이 이유는 농사에 사용할 가축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착생활에 이점을 많이 준다.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들의 존재로 농사가 쉬워지고 그 포유류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단백질원들이 생존에 유리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5번 역시 수렵채집에서 농사로 넘어갈 때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수렵채집에 비해 농사가 갖는 이점이 당대의 사람에겐 그렇게 크지 않다고 한다. 일명 워라벨이 보장되던 수렵채집의 삶과는 달리 농사는 매일을 논밭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또, 다양한 영양분들을 섭취할 수 있는 수렵채집과 달리 탄수화물 기반의 협소한 영양분만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발달에도 유리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시작하려면 수렵채집을 유지했을 때 갖는 이점이 적으면 좋다.
서남아시아 비옥한 초승달 지대 근처는 큰 강이 별로 없고 해안선이 짧아 수산자원이 적었다. 그래서 식량생산이 자리 잡는 좋은 조건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렇게 4대문명이 환경적 이점을 기반으로 일찍이 문명을 시작하고 문화를 발달시켰다.
식량생산이 시작되고부터 잉여생산물이 생기고 집단이 점점 더 커졌다.
문자가 생기고 법이 생겨났으며 야금술의 발전으로 농기구들도 발전해 또 생산량이 늘어났다.
이런 긍정적인 순환이 반복되면서 문명의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지게 된다.
결국엔 우리가 아는 것 처럼 스페인의 피사로가 총을 들고 남아메리카의 잉카제국을 함락하러 이동하게 된다.
중간에 비약이 심하다고 느껴지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부분은 식량생산, 농사의 시작과 관련된 부분이라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작성했다.
근데 여기서 의아한 점이 발생한다. 왜 서남아시아가 아니라 유럽일까?
제국주의의 시작이 왜 중국이 아니고 서남아시아도 아닌 유럽이어야할까?
1400년대까지만 해도 중동과 중국에서 발달된 문명을 유럽이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중동지역에는 많은 제국의 흥망성쇠와 함께 진행된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유럽에서는 중동과의 잦은 교류를 통해 시작점이 다른 것을 따라잡았다.
중앙집권체계로 하나의 국가를 완성한 중국과 달리 여러 나라로 분열되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유럽의 분위기도 중요하다.
이런 요인들로 농사가 시작한 서남아시아와 중국이 아니라 유럽이 제국주의의 시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상업이 발달하는 분위기. 특허권을 보호하고 경험주의적 탐구정신을 중시하는 그리스적, 유대교적, 기독교적 전통 덕분에 유럽이 부상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또 등장하는 중동의 파라오가 아니라 중국의 진시황이 아니라 스페인의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이길 수 있었다!!!!!
자, 이제 저자가 이야기하고싶은 것들,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해보자.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싶은건데?
히틀러가 주장한 우열한 인종은 없다.
아리아인이 유대인보다 뛰어나다고 증명할 수도 그럴 이유도 없다.
요즘처럼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전 세계가 하나의 국가처럼 느껴지는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지구촌이라고 부르는 우리들의 세상에 더이상 차별과 멸시가 있어선 안된다.
모두가 동등한 기회를 가져서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만들어야한다.
자신의 환경에 감사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인류애를 가졌으면 좋겠다.
감사하고 베푸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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