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책 리뷰] 모스크바의 신사

송윤선 2021. 3. 25. 00:29

에이모 토울스 모스크바의 신사 책 리뷰

환경을 지배하지 않으면
환경에 지배당할 수 밖에 없다.

이 글을 딱 읽는 순간 800쪽 가량의 두꺼운 책이었지만 바로 집어들게 됐다.

내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 환경을 지배하고 싶어서.

합리화, 변명의 근거로 환경을 들먹이고 싶지 않아서 이 책을 읽어보려 했다.

 

책의 배경은 1920년대 러시아다. 당대에는 소비에트 공화국이 설립됐을 때다.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진 않지만 대략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읽어봤다.

1917년 마르크스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러시아에서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켰다.

이들은 공산주의를 택했고, 계급을 철폐하고자 했다.

이 혁명은 성공했고, 러시아의 정부는 무너졌으며 볼셰비키에 의해서 소비에트 공화국이 설립됐다.

 

혁명 이후에 이전의 집권층들을 청산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에 주인공 알렉산드르 일리치 로스토프 백작이 등장한다.

로스토프 백작은 귀족으로, 볼셰비키가 처단할 대상이다.

그러나 이 주인공은 [그것은 지금 어디있는가?]라는 시에서 계급의 부패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고, 혁명가들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있어 볼셰비키들에게 긍정적으로 바라봐졌다.

그래서 죽이지 않고 메트로폴 호텔의 하인들이 쓰는 방에 종신 연금형을 선고한다.

 

이 호텔 안에서 백작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가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로스토프 백작은 얌전히 무대에서 퇴장하는 대신 꼬마 숙녀의 놀이 친구, 유명 배우의 비밀 연인, 공산당 간부의 개인교사, 수상한 주방 모임의 주요 참석자 등으로 보란듯이 새 삶에 적응해나간다.

 

피치 못하게 맞닥뜨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삶의 목적을 찾고 어떻게 잘 적응해나가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책이다. 러시아 혁명을 다루는 책, 러시아의 소설들은 어렵고 읽기 힘들것이라는 편견을 깨주는 재미난 책이었다. 그래서 800쪽의 두꺼운 책도 술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군대라는 환경에 처해있는 지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고 있다.

오히려 밖에선 못했을 것들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정된 시간과 한정된 선택지가 제공해주는 선택의 편안함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

책 읽고, 사색하고, 운동하고, 공부한다.

원칙을 지키며 나름의 방법으로 투쟁하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요구한다.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우리 모두가 이 책이 말하는 환경을 지배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왜 이런 환경에 이런 체질에 이런 모습이고 이런 능력밖에 없을까 한탄하고 불평하기보단 주어진 환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고 어제의 나보다 발전된 내 모습을 발견하는 희열을 느끼면 좋겠다.

 

부족하지만 하나씩 글을 써내려가고 있고, 부족하지만 운동에도 흥미를 점점 붙여가고 있다.

지적유희를 하기 전 우리나라의 이야기부터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사 공부도 열심히 하는 중이다.

잠시 중단된 중국어 공부도 꾸준히 이어서 하고싶다.

시간이 부족하지만 알차게 쪼개어 짬짬이 책도 읽고 있다.

너무너무 답답하고 짜증나는 일들 뿐인 여기 군대에서 나는 성장하고 있고, 전역하는 그날까지 성장할테다.

더욱 더 악착같이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이 내가 환경을 지배하는 방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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