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차갑지만 익숙해 편안한 관계 vs 뜨겁지만 낯설고 무서운 관계
역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책들은 믿고볼만하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책장에서 쉽게 뽑을 수 있었던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다.
제목에 '...'이 들어가면서 질문도 아니고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지었을까? 고민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프랑스 원제목에도 '...'이 역시 들어가있다. (Aimez-vous Brahms...)
그렇게 책을 꺼낸 뒤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주인공 폴의 감정선과 로제, 시몽의 감정선들이 아주 잘 표현돼 있어 읽는 내내 집중을 유지할 수 있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작가는 프랑스 작가로, 시나리오를 포함한 여러 분야의 글을 쓰는 작가다.
남녀간의 심리 전개를 세심한 관찰력을 통해 담담한 문체로써 묘사하였으며, 섬세하고 권태로운 분위기를 조성시켜 좋은 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내가 느낀 그대로 감정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단 에둘러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느끼게 하는 면이 아주 인상깊었다.
줄거리
주인공은 39살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로제라는 남자와 교제중이고 로제의 바람을 알고도 용인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로제는 종속되길길 싫어했고 폴 역시 그를 구속하지 않으며 뜨겁진 않지만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었다.
폴은 로제에게 불만족함을 느끼고 고독함을 느낀다. 그러나 따로 표현하지 않고 외로운 밤을 지내왔다.
그러던 중 반 덴 베시라는 부인의 집을 인테리어하기 위해 방문했다.
거기서 폴은 부인의 아들인 시몽 반 덴 베시를 만난다.
25살의 젊은 청년으로 수석변호사의 수습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시몽은 폴에게 호감을 느끼고 만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잦은 구애 방법을 동원하여 폴과의 만남을 유도한다.
폴 역시 시몽을 챙겨주고싶은 모성애 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사랑하기엔 나이차이도 많이나고 화려한 외모의 젊은 청년과 다니기에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어느 날 로제와 폴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시몽도 그 자리에 있었다. 이 세사람의 재미난 대화가 시작된다. 폴에게 보내는 시몽의 사랑의 신호를 경계하는 로제. 자신은 구속받기 싫어하지만 눈앞에서 폴에게 접근하는 시몽에게 기분나빠하는 로제. 이렇게 갈등이 시작된다. 시몽은 로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 폴에게 "그를 사랑하세요?" 라고 묻지만 폴은 답변을 회피한다.
다음날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폴에게 시몽이 찾아와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한다.
시몽은 폴에게 자기의 행복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호감을 계속해서 표시한다.
한편 로제는 출장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매춘부 메지와 우당으로 여행을 떠난다.
로제가 출장간 사이 폴과 시몽은 더욱 가까워지고, 시몽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쪽지와 함께 음악회에 초대한다. 폴은 이 초대에 응해 둘은 음악회에서 시간을 보낸다. 시몽은 우당에서 메지와 로제의 관계를 목격했지만 폴에게 직접 말하진 못한다. 그의 폴에 대한 사랑은 더 부풀어올랐고, 로제같은 남자가 아니라 자신이 폴의 곁을 지켜야겠다 다짐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로제와 폴은 시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로제는 시몽에 대한 질투심을 느낀다.
그러나 시몽은 출장 때문에 시골에 내려가야 했다. 시골에 내려가 있는 동안 폴은 로제의 바람을 눈치챈다. 그래서 시몽에게 파리로 당장 와달라고 편지를 쓴다. 이에 시몽은 들뜬 마음으로 폴을 찾아온다. 그러나 폴의 반응은 미지근 했다. 이에 시몽은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된다.
얼마 후 인테리어가 완료되고 반 덴 베시 부인은 파티를 열게 된다. 이 파티에 시몽과 로제 폴이 모두 참석한다. 로제는 파티를 즐기지 못해 폴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그러나 집에 함께 들어가진 않고 로제는 폴을 놔두고 떠나버린다. 이들을 뒤쫓던 시몽이 폴에게 다가가 호감을 표하고 폴도 마음을 열게 된다.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사랑을 이어나간다.
한편 로제는 폴과 시몽이 만나는 동안 멀리 출장을 나간다. 출장지에서 로제는 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폴을 붙잡아야겠다 다짐한다. 그러나 파리로 돌아온 로제는 폴의 결정으로 헤어지게 된다.
시몽은 폴에게 빠진 나머지 본업을 소홀히 하고 폴의 잔소리를 듣는 지경이 이르렀다.
어느 날 시몽과 폴은 클럽에 갔는데, 그 자리에 로제가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 이 네 명이 춤추는 동안 로제와 폴은 아직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느꼈다. 결국 폴은 시몽과 결별하고 로제와 재결합하게 된다. 로제는 여전히 무관심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어쨌든 그렇게 이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뜨거운 관계보다 익숙하고 미지근한 관계를 택하게 되는 결말, 꿈같은 사랑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결말을 보여준다.
감상평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24살의 젊은 나이에 썼다. 그러나 그러기엔 39살의 폴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뜨겁고 열정 가득한 시몽과의 사랑에서 망설이는 모습과 모성애를 느끼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또 로제의 무관심과 소홀함에도 그를 사랑하고 묵묵히 기다리는 30-40대의 사랑도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잘 표현한 것 같아 재밌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결말이다. 인연을 믿고 뜨거운 사랑을 꿈꾸는 24살의 청년이라 그런지 꿈을 꾼듯한 시몽과의 사랑에서 현실인 로제와의 교제로 돌아오는 결말은 별로였다. 아직도 뜨거운 사랑을 믿고싶고 영원한 사랑을 꿈꾸고 있어 그런가보다.
작가가 말하는 사랑의 덧없음. 씁쓸하다.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꾸고 이상을 추구하는 일은 직업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심지어 사랑에서조차 불가능한 이야기인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러나 나는 가슴 뜨거워지는 사랑을 믿고 우정을 믿고 열정을 믿는다.
작 중의 시몽처럼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구애를 표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싶은 마음은 동일하다. 마지막에 폴과 시몽이 헤어지고 폴이 로제와 재결합을 할 때 시몽의 마음이 어떨지 안타까웠다.
20대의 내 마음을 이렇게 기록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이런 주제로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에게 고마운 하루다.
뜨거운 열정과 낯섦, 무서움 vs 익숙하고 뜻뜨미지근한 편안함. 이 둘의 갈등은 내 인생에 앞으로도 중요한 고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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