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어니스트 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

송윤선 2021. 7. 12. 10:14


왜 유명한지 모르겠는 책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누구나 한 번쯤 어릴 때 읽어본 책 일 것 같다.

그렇게 길지 않은 책이기도 하고, 워낙 유명한 책이니 말이다.

 

 

 

84일째 아무것도 못 잡고 돌아온 노인이 있다.

그런 노인을 믿는 사람은 어린아이뿐이다.

이 노인은 85일째 다시 낚시를 나간다.

혼자 자기 배보다 큰 청새치를 잡는다.

청새치를 배에 달고 돌아오는 길에 상어를 만난다.

상어를 무찌르지만 상어가 청새치를 뜯어먹어 뼈만 남는다.

어쨌거나 무사히 항구로 돌아오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글의 표현방식에서 재미난 부분은 많이 있다.

혼잣말을 하는 노인을 설정해 그 노인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독백이 아니라 방백 형태로.

혼잣말이지만 독자들에게 말하는 듯한 느낌을 준달까.

 

 

 

이런 것들 외에 내가 이 소설에서 얻어낼 수 있는 의의를 찾긴 힘들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도 솔직히 힘들었다.

그래서 해설과 리뷰들을 찾아보면서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보려 한다.

내가 느낀 점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공부한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서다.

 

 

 

 

실존주의

다시 실존주의라는 개념이 등장해야 한다.

내가 앞서 정리한 책들에서 언급한 개념이지만, 오랜만에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다.

니체 이후의 근현대 소설에서 빠질 수 없는 개념이다.

 

 

 

실존주의는 실존이 본질보다 앞선다는 이야기를 한다.

의자를 예로 자주 드는데, 나도 그렇게 해보겠다.

의자는 앉을 수 있는 물건을 지칭하는 말이다.

의자의 본질은 앉을 수 있는 물건이다.

앉을 수만 있다면 어떤 물건이든 의자가 될 수 있다.

의자의 본질은 앉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자의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박스, 나무 밑동, 전자레인지까지도 의자가 될 수 있다.

 

 

 

본질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기 위해 의자를 예로 들어봤다.

자 그러면, 사람의 본질은 무엇인가.

사람을 정의할 수 있는 목적이나 의미가 있는가?

어떤 것들을 사람이라고 부르는가?

 

 

 

사람에 한해서 사람은 본질보다 실존이 앞선다는 말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질을 갖고 있지 않고 그저 존재할 뿐이다.

신이 죽었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신이 삶의 의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본질이 있음을 믿게 했고, 그렇게 살라고 길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존주의를 따르는 사람들은 이를 부정한다.

 

 

 

사람의 본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삶의 목적이나 의미는 없다.

주체적으로 개인이 찾아갈 뿐이다.

그래서 신은 죽었다고 말한다.

 

 

 

내가 이렇게 완전히 믿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냥 실존주의의 입장을 보여주려고 극단적인 이야기를 사용했다.

 

 

 

노인과 바다에서의 실존주의

 

 

알베르 카뮈, 프란츠 카프카, 장 폴 사르트르.

이 사람들이 실존주의의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그들의 책과 사상을 직, 간접적으로 몇 번 읽어 봤다.

그렇지만 헤밍웨이의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좀 낯설었던 것 같다.

 

 

 

 

어쨌든 돌아와서 노인과 바다에서 실존주의적 요소를 찾아보자.

 

 

 

앞서 말한 실존주의의 개념을 다시 가져와보자.

실존주의는 삶의 의미나 목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 자칫 허무주의와 쾌락주의에 빠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말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삶의 본질과 의미가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의미와 목적을 넘어 인간의 삶을 긍정하고 찬양하는 느낌이다.

 

 

 

 

개인주의와 허무주의를 넘어 인간과 자연을 긍정하고 진정한 연대의 가치를 역설한 수작

 

 

노인과 바다의 뒷면에 적힌 평가다.

 

 

 

주인공 노인(산티아고)의 청새치를 잡는 과정에서 인간의 삶을 긍정한다.

늙은 노인이 청새치를 잡아내는 과정이 되게 잘 쓰여있다.

청새치를 정복의 대상으로 보기보단 형제라고 표현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주인공을 노인으로 설정해 인간의 한계를 확대시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을 긍정한다.

바다를 정복의 대상이나 싸움의 상대로 여기지 않는다.

바다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아끼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이러한 모습들이 노인과 바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존주의적 요소라고 생각된다.

 

 

 

 

 

추가적으로 느낀 점

처음 혼자 읽었을 땐 못 봤지만 공부하면서 배운 내용들이 있다.

 

 

 

1. 이 책이 고전으로 불리는 이유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존재한다.

인생의 청새치가 누구한테나 있다.

어떤 독자에게 건 공감 가는 이야기로 다가갈 수 있다는 뜻이다.

남녀노소 모두 삶의 짐이 있고, 그 짐을 이겨내는 투쟁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상을 적이나 투쟁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단 형제로 바라보고 존중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점이 중요하다.

그 점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지 않았나 싶다.

 

 

 

2. 결과와 과정의 이야기

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하고 넘어가고 싶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덮었을 때, 그래서 고기 못 잡은 거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면, 고기를 잡는 과정을 다 봤으니 정말 대단한 노인이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가.

 

결과만 중요시하진 않았나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책에선 소년만이 노인의 실력을 믿고 노인의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소년의 부모나 다른 어부들은 노인을 비아냥거리고 결과를 못 내는 사람으로 여긴다.

 

 

나는 어디에 초점을 두고 인생을 살아가야 할까.

 

껍데기가 없는 사람들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을까.

 

 

 

 

3. 노인의 겸손

노인은 평생을 바다에서 어부로 살아왔다.

그러나 소년의 칭찬에 겸손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압권이다.

 

 

 

전에 그것을 증명한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다시 증명해야 한다.
매번 새로운 때였고,
그것을 입증할 때면 과거는 생각하지 않았다.

 

 

과거의 영광에 살아가진 않았나 되짚어보게 되는 좋은 구절이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해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어쩌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오랜만에 책 리뷰라 신나서 주저리주저리 말이 너무 많았나 보다.

다시 꾸준하게 책 읽으면서 리뷰를 쌓아나가고 싶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