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조지 오웰의 <1984>를 읽었다.
책을 리뷰하면서 공부해보니 또 다른 유명한 디스토피아 소설이 있단다.
그게 바로 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다.
1984만큼 재미난 느낌을 받진 못했지만 난 나름 읽을만했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이나 주제가 꽤나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21세기의 내가 봐도 꽤 괜찮은 컨셉의 세계관을 구축했다고 생각했다.
1932년에 발표된 책이라고 생각하면 꽤나 센세이셔널했을 듯하다.
이 책에 나오는 멋진 신세계는 산업혁명 이후의 미래를 설명하고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개념이 사라지고 가족의 개념이 사라진다.
아이들은 모두 시험관 수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쌍둥이처럼 복제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계급을 부여받는다.
알파부터 입실론까지의 계급에 따라 육아(?) 과정이 바뀐다.
알파의 아이들은 지성을 유지한 채로 살아간다.
반면 계급이 낮아질수록 본인의 능력을 잃어간다.
적절한 약물 처리를 통해서 멍청하게 만든다.
게다가 뜨거운 환경에서 일할 아이들은 열을 쬐어준다.
태어나기 전부터 직업, 계급, 역할들이 모두 정해진 세상이다.
모든 사람은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 하에 무분별한 성교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철저한 피임으로 아이를 낳진 않는다.
그저 쾌락만 추구하는 삶을 살게 된다.
'소마'라고 불리는 약을 먹으며 취해서 살아간다.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으면 약을 복용한다.
매일같이 복용하는 약 덕분에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아간다.
시험관에서부터 성장하면서 세뇌당했던 내용 때문에 의구심을 품지도 않는다.
또 자연이나 책 같은 대량생산에 불필요한 가치를 추구하지도 않는다.
어린 시절, 아이들은 꽃, 책들과 전기충격을 같이 받는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책과 꽃의 가치에 자연스러운 반감이 들게 만든다.
이런 식으로 모든 사람을 통제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
각자의 계급에 만족하게 세뇌시키고,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세뇌시킨다.
이런 사회다.
여기에 '야만인' 존이 등장한다.
야만인은 기존의 인간들의 생활방식을 따르는 집단이다.
철저히 구분되고 떨어져서 살아간다.
그런데 존은 특별했다.
신세계의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야만인을 구경하러 간 신세계의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피임에 실패하고 엄마만 야만인들 사이에서 남았고, 그렇게 태어나 자란 사람이 존이다.
이 존의 등장으로 국면이 재밌어진다.
존이 멋진 신세계의 디스토피아를 비판한다.
그런데 신세계의 '통제관'들은 나름의 원리로 반박한다.
이런 이상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주 볼만하다.
내 나름대로의 자유와 이상을 근거로 반박해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본인이 본인의 역할에 충실함을 만족하고 있다.
입실론일지라도 본인의 단순한 일에 만족한다.
하루하루 살아가고 소마를 통해서 행복해한다.
세계는 깔끔하게 돌아가고 각자의 역할에서 불만 없이 하루하루 넘어간다.
그런 세상, 반감이 들지만 정확하게 요목조목 반박을 하긴 쉽지 않다.
등장인물 존도 나와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
뭔가 잘못됐음을 인지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꿔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개인들이(통제받고 자유를 뺏긴 것 같은) 만족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개혁을 하고 무슨 변화를 줘야 할까.
조지 오웰의 1984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멋진 신세계를 읽어봤다.
'이상'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시간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문제점과 좋은 점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극단적 디스토피아를 통해 유토피아를 생각해보는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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