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쪽에 달하는 대장정이 드디어 끝났다.(아직 한 권 더 남음)
시공사의 돈키호테를 읽기 시작한 지 한 삼 주 정도 지났다.
세계를 감동시킨 불후의 명작.
필독서 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책.
풍차와 싸우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기억되고 있는 책이다.
이렇게 길 줄 몰랐고, 이렇게 고평가받고 있는 책인 줄 몰랐다.
두꺼운 책에 비해 실제 내용은 술술 읽히는 편이다.
지역의 평범한 귀족인 알론소 키하노.
기사도 책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리고 스스로 기사가 되어 세상을 구해야겠다 다짐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돈키호테라 부르며 모험을 시작한다.
이 책은 다들 알다시피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의 모험 이야기다.
풍차를 거인으로 오해해 달려가서 풍차의 날개에 치여 날아가는 장면이 있고,
양 떼들의 움직임을 군사들의 움직임으로 오해해 양들을 학살하는 장면도 있다.
이발사의 양동이를 전설의 투구로 오해해 이발사를 해하는 장면도 있다.
돈키호테의 망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 모험 중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액자식으로 구성되어 소개되고 있다.
술술 읽히는 우스꽝스러운 유머(?) 정도로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첫 이미지는 왜 그렇게까지 유명하고 명작이라는지 모르겠었다.
나는 아직 해설 없인 힘들다.
(작품 해설 읽으려고 고전소설 읽는 건 안 비밀)
어쨌든 해설을 통해서 배운 돈키호테가 왜 유명한가를 이야기해보고 싶다.
이 정리를 통해서 좀 더 힘내서 2권까지도 도전하려 한다.
돈키호테 작품성
1. 검열을 피하면서 해학과 풍자
세르반테스는 17세기 스페인 작가다. 당시 스페인은 합스부르크 절대왕정 지배하에 있었다. 강력한 왕권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발간할 때 검열이 있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 풍자와 해학을 이용했고, 우스꽝스러운 돈키호테의 모습을 통해서 당시 시대를 비판하려 했다.
삽입된 이야기들에는 종교의 자유, 남녀 간 사랑의 자유, 귀족 세습제도 폐지, 정의로운 사회 등을 꿈꿨다. 당시엔 굉장히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다. 아직 미국에선 노예들이 성행했고, 여성들은 평등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저자를 만든다. 무어인 작가 시데 아메테 베넹헬리가 쓴 돈키호테 데 라만차 이야기를 번역해서 기술하는 형태로 책을 써 내려간다. 이로써 절대왕조에 의한 '작가의 실종'을 방지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런 모습들이 검열을 피해 사회를 비판하고 이상향을 제시하는 모습으로 평가되어 아직까지 읽어야 할 고전으로 남아있다고들 한다.
2. 액자식 구성을 통한 다양한 이야기
돈키호테 1권에만 7편의 액자소설이 삽입되어 있다. 소설 속의 소설로 고등학교 국어 시간에 액자식 구성으로 배웠던 기억이 있다. 이런 구성 자체가 '포스트 모더니즘', 현대 소설의 특징이란다.(작품 해설을 기반으로 공부해서 작성하는 중) 이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들 대부분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여성들은 주체적인 판단과 행동을 한다.
어떤 여성은 많은 남성들이 구애를 하지만 누구와도 결혼하기 싫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 초원에서의 고독을 선택한다. 또 다른 여성은 결혼을 약속했다가 사라진 남자에게 제 남편이기를 그만두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라고 말한다. 당시의 수동적인 여성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고 한다.
지금의 내가 읽을 땐 당연한 모습으로 보이는 것들이 당시엔 파격적이었단다.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가 꽤 최근까지도 부족한 여성의 인권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고평가 되었던 부분이 있는 것 같다.
3. 최초의 현대소설
귀족이나 부유한 상류층 뿐만 아니라 이발사, 매춘부, 양치기, 건달, 등 하류 계층의 인물들도 많이 등장한다. 주변에 살아가는 인물을 소재로 소설을 쓰는 현대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어 유럽 최초의 현대소설로 평가받는다.
기사도 이야기가 성행하던 그 시절을 비판하면서 다양한 등장인물을 등장시킨 것. 고평가 받는 이유 중 하나다.
4. 꿈을 심어주는 소설
제일 공감 가는 부분이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어이없었던 부분은 돈키호테의 끊임없는 도전이었다. 여기저기 맞아서 코뼈가 내려앉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누구에게 맞고 누구에게 밟히는 등 온갖 시련을 겪는다. 누가 들으면 허무맹랑한 이상을 찾아 본인만의 가치를 찾아 떠난다.
내가 처음 든 느낌은 미친 사람이었다. 소설을 진짜로 믿고 그 소설 속 주인공처럼 기사가 되는 행동을 한다? 심지어 나이도 많고 삐쩍 말라서 기사의 면모를 발견하기 힘든 용모를 가지고 있는데?
다들 이런 시선으로 바라본다. 마을의 신부나 이발사, 조카, 가정부 등등 돈키호테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불쌍하다고 여기고 기사도 책들을 경멸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 이상을 추구하고 낭만을 추구하는 모습이 일관되니 멋있음이 새어 나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게 됐다. 좀 어이없는데 멋있었다. 좀 바보 같은데 '힙'했다.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자신의 가치에 확신하고 자신의 가치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 그것이 어쩌면 진정한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도 이어졌다.
우리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다. 내가 느끼기엔 꿈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좋은 직장에 좋은 집에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꿈 말고 진정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확실히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없다. 낭만을 추구하고 인생을 즐기며 실존한 그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돈키호테에서 보였고, 많은 독자들이 공감했을 것이다. 이것이 돈키호테가 주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허무맹랑하지만 그래도 본인의 가치에 맞는 낭만을 찾아 떠나는 삶. 현실에 치여 직접 하진 못하더라도 우스꽝스러운 유머로 표현된 돈키호테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는 독자들이 많다고 생각됐다.
이렇게 돈키호테 1권의 리뷰를 마무리하려 한다.
아직 좀 더 두꺼운 2권이 남아있지만, 지금 내가 느낀점을 기억하며 천천히 읽어보련다.
세르반테스의 표현력과 풍자, 해학을 그대로 느끼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조금 많은 시간이 지난 후 2권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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