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존 스튜어트 밀 - 자유론
1. 자유론을 읽기까지
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심이 없었고, 사실 필요 없어 보였다. 그냥 내가 전공할 생물학적 지식을 쌓는데 시간을 더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몰라도 되는 것'으로 치부해버렸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지금은 자유론을 읽고 서평을 쓰려한다니 놀랍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아마 요즘 자세하게 리뷰하고 있는 <시민의 교양>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시민으로서의 선택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지식은 대화의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있어 보이려고 가 아니라, 소통하기 위해선 알아야 할 지식들이 있다. 이제 필요를 느꼈고, 아직 시작단계지만 재미를 붙여나가고 있다.
그래서 자유론을 어떻게 읽게 됐느냐.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 이 설명을 할 때, <자유론>, <공산당 선언>, <리바이어던> 이 세 책이 등장한다. 그래서 자유론과 리바이어던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군대라는 집단의 특성상 공산당 선언이라는 책은 반입 간에 오해를 살 수도 있겠다 싶어 주문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렇게 자유론부터 읽게 됐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들은 보통 고전의 소설들이나 과학도서들이었다. 낯선 분야의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너무 오랜만이라 정리를 하면서 읽어야겠다 다짐했다. 그래서 포스트잇으로 챕터가 끝날 때마다 그 챕터의 내용을 정리하며 읽어나갔다. 확실히 같은 문장을 여러 번 읽게 되고, 남는 게 더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2. 머리말(집필의 목적)
자유와 권력의 다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때의 자유는 정치 지배자의 압제에서 보호받는 것을 의미했다. 최고 권력자가 행사하는 힘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을 자유라고 불렀다. 불가침의 영역을 만들고, 최고 권력자의 결정에 동의를 필요하게 했다. 이 권력자는 차츰 선출자로 바뀌게 된다. 피지배자들이 선택에 의해 권력을 창출하는 시스템이 됐다. 그래서 인민의 뜻이 곧 권력이 됐다. 초기에 이들은 권력을 제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인민의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최초의 공화정인 미국이 세워지고 많은 민주주의가 나타나자,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인민의 뜻이 아니라 적극적인 다수의 뜻으로 권력이 이행됐던 것이다. 즉, "다수의 횡포"가 시작됐다.
이 책은 법 이외의 규칙의 원리를 자유주의에 입각해 서술한 책이다. 법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통념과 규칙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 규칙의 큰 원칙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사회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이다. 이게 이 책의 핵심이다. 사회의 개인 침해를 다수의 횡포로 바라봤고, 이를 제한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좀 쉽게 말하면 아무리 엉뚱한 이야기라도 사회는 그를 비판하고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엉뚱하다는 단어 자체에 다수의 생각과 다르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런 다수의 횡포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생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루겠다.
즉 이 책은 왜 개인의 자유가 보장받아야 하고, 개인의 자유 중에서 표현의 자유가 왜 보장받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개별성의 원칙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도 알려준다. 생각과 표현을 자유롭게 한다면 행동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유를 어디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자유를 어디까지 억제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이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관점임을 이해해야 한다. 사회가 자유를 '보장해주는'것이 아니라 자유가 사회로 하여금 특정한 경우에만 침해를 '허용해주는' 것임을 주장한다. 이 관점이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개인이 주장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각을 가지고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3. 생각과 토론의 자유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 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p.50
위의 인용문이 생각과 토론의 자유를 대표하는 글이다. 생각과 토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를 이 문장 이후에 설명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자.
1) 새로운 의견이 진리
진리라는 말이 어감이 과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단은 받아들여주기 바란다. '사실'정도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진리'가 많은 분야를 아우르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첫 번째로, 새로운 의견이 사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믿어왔던 천동설은 사실이 아니고 지동설이 진리다. 이처럼 새로운 의견이 진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기존의 통설과 통념이 진리라고 믿고 있고,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의견을 이단으로 취급하고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실제 진리를 말함에도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생각과 토론의 자유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새로운 의견이 진리일 경우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지금의 생각들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심이자 과신이라고 말한다. 시대적 오류는 어느 시대건 있어왔고,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들도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따라서 열린 마음으로 우리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한다. 표현만 자유롭게 하게 해서 될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새로운 의견이 진리인 경우의 초점인 것 같았다.
2) 기존 의견이 진리
이단이라고 말했던 무시했던 그 의견들이 진리가 아닐 수 있다. 이때마저도 새로운 의견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발전을 유발할 수 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자.
기존 의견이 진리인 경우라도, 그 진리가 전해져 내려오면서 근거를 모르는 상태로 그냥 신봉하는 경향으로 변질됐을 수 있다. 분명 타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 진리라 하더라도 논쟁이 없고 반대의 의견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냥 무작정 믿을 수도 있다. 세대가 거듭되면서 내려오는 지식들은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굳이 근거를 들지 않아도 사회적 통념으로 모두 인정하는 개념이라면 근거를 생각하지 않기 쉽다. 새로운 의견은 이렇게 고착화된 의견들의 근거를 생각해보게 함으로써 기존의 생각을 굳히게 하고, 폭넓은 이해를 하게 도와줄 수 있다.
설령 새로운 의견이 진리가 아닐지라도 기존의 진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보게 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나름대로의 근거를 마련하고, 편견이나 독단적 구호가 아니라 진리로써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준다.
또, 기존 의견이 진리더라도 새로운 의견이 일정 부분은 진리를 담고 있을 수 있다. 대립하는 두 의견을 부딪히게 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인류의 진리를 찾는 결과를 뽑아낼 수도 있다. 이로써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유로운 생각과 토론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사회는 자유로운 토론이 권장되고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로 발전해야 한다. 완벽한 생각은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이런 분위기가 가능할 것 같다.
4. 개별성
개별성은 생각과 토론의 자유가 행동으로 옮겨진 형태다.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 아무리 자유로워봤자 행동하는 데 있어 자유가 없다면 안된다.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을 인용하고 싶다.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p.145
우리는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자기 식대로 인생을 살아가다 일이 잘못돼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게 되면 다른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길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보다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인간은 바로 그런 존재이다.
-p.42
위의 두 문장이 개별성에 관한 밀의 생각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문장이다. 앞서 말했듯, 이 책은 입법의 원칙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 이외의 사회적 규칙과 관련된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밀은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적 규칙을 비판했다. 또한 개별성의 가치에 무지한 개인에게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각자가 각자의 방법으로 살려고 하지 않고 다수가 인정하고 원하는 방향에 개인의 삶을 맡기는 태도를 비판한다. 흉내 내는 원숭이와 다를 바가 없다고 표현한다.
개별성의 중요성은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총 균 쇠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글과 유사한 면이 있어서 소개하고 싶다. 총 균 쇠에서 서남아시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유럽으로 주권이 넘어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또한 중국이 아니라 유럽이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이 부분에 개별성의 원칙이 적용되면 아주 잘 맞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중국이 아니라 유럽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중국이 고착화된 사회임을 들었다. 자유 경쟁과 자유 토론이 존재하지 않는 상하관계와 관습들이 자리 잡은 사회임을 지적했다. 따라서 현대의 유럽의 발전은 개별성의 존중이 바탕이 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와 똑같은 이야기가 자유론에 나오고 있다. 다양한 계급과 다양한 목적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토론을 통해 발전해낸 결과가 지금의 유럽을 유지한다고 말이다. 총 균 쇠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면 되겠다.
[책 리뷰] 총 균 쇠
총 균 쇠 책 리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를 드디어 읽게 됐다. 무지막지한 책의 두께에 압도당해 꺼내지도 못했던 이 책.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께 처음 소개 받았지만 생활기록부 작성
youonsun.tistory.com
5. 현실 적용
마지막으로 밀이 당대의 현실적 문제에 본인의 자유론을 대입시켜 이야기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논쟁, 갈등과는 좀 다르고, 당대의 시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쉽게 읽히진 않았다. 관심이 있다면 이 챕터는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6. 느낀 점
이렇게 자유론이라는 책을 쭉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답답했다. 나에게 직접적인 해를 입히진 않지만 보기에 좋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용인하고 참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 답답했다. 그리고 그간 내가 너무 많은 관심과 개입을 해왔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군대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개인의 자유를 바라면서 타인의 자유를 침해한 적은 없었나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책을 읽기 전엔 사상적으로 극단적인 자유주의를 추구해서 개인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밀은 이런 사회를 바라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법정 증언, 공동 방위, 공동 작업 등)을 해야 한다. 또, 자신의 손길을 내미는 일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마땅히 해야 할 이런 일을 하지 않는 개인에게 사회가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나만 잘살면 돼! 의 자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행복을 늘리는 공리주의적 사고를 했다. 이 부분은 현실적으로 적용시키긴 힘들겠지만 이상적인 사회를 생각할 때에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으로, 굉장히 공감했다.
한편 밀이 약간의 시대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느꼈던 부분도 있다. 이 책이 나왔던 1859년은 아직 노예가 있고, 여성들의 권리가 지금처럼 존중받지 못하던 시대였다. 제국주의에 의해 지배당하는 나라들이 있었던 나라였다. 그래서 자유주의의 원리가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에게만 적용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독재를 옹호하는 면도 보인다. 미개인들을 이끌어주는 능력 있는 독재자가 나왔을 때 환영해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일정 부분 맞는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읽기에 거북함이 있었다.
또 내가 읽기 불편했던 부분은, 본인의 이야기가 진리인 것 같은 어감이다. 한글로 번역된 책을 읽어서 글의 분위기나 느낌은 번역자가 낸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렇게 느꼈다. 동서양의 차이일 수도 있는 이 부분은 나에게는 읽기 불편했다. 개인의 자신감의 표출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겸손하지 못한 태도로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이렇게 자유론을 다 읽어봤다. 꽤 오랜 시간 읽었고, 정리하는 것도 꽤나 힘들었다. 그래도 내가 잘 모르던 부분의 책을 맨땅에 헤딩해서 읽고 정리하는 것은 유익한 경험이다. 앞으로 다른 책에서 자유론이 언급되면 반갑게 내가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리바이어던도 빨리 도전해서 정리해보자!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리뷰] 채사장 - 시민의 교양 #4. 직업 (0) | 2021.04.26 |
---|---|
[책 리뷰] 채사장 - 시민의 교양 #3. 자유 (0) | 2021.04.24 |
[책 리뷰] 채사장 - 시민의 교양 #2. 국가 (0) | 2021.04.21 |
[책 리뷰] 채사장 - 시민의 교양 #1. 세금 (2) | 2021.04.18 |
[책 리뷰] 이승희 - 기록의 쓸모 (4) | 2021.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