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채사장 - 시민의 교양 #3. 자유
1. 자유와 시민의 관계
우리가 선택해야 할 세 번째 가치. 자유다. 지난 포스팅에서 밀의 자유론을 리뷰했었다. 채사장이 말하는 자유와 밀의 자유론을 비교해가면서 정리해보자.
자유와 관련된 챕터는 헤겔의 소개로 시작된다. 독일의 철학자로, 변증법, 절대 이성 등의 개념으로 유명한 사람이란다. 헤겔은 역사란 절대정신이 자신을 실현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절대정신이 무엇이고 자신을 실현한다는 이야기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조금 풀어서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정신이란 우선 물질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주관적 정신과 객관적 정신이 있는데, 주관적 정신은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이고, 객관적 정신은 법, 도덕 윤리 등의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어쨌든 절대정신은 이 모든 정신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절대정신이 어떻게 자신을 실현해나간다는 것일까?
절대정신이 성장한다고 표현했다. 이 성장하는 과정이 변증법이라고 말한다. 서로 모순되는 두 개념을 합치는 정반합의 과정을 통해서 조금 더 나은 정신으로 발전한다는 뜻이다. 이것들을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고,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 절대정신이 바로 자유다.
어려운 길을 돌아서 결국 역사란 자유가 성장해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그렇다. 자유가 성장한다는 것은 자유를 갖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란다. 과거 군주제에서는 왕만이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그러다 중세 영주들이 등장하면서 자유인의 수가 조금 늘어난다. 그리고 프랑스혁명을 기준으로 부르주아라는 계급이 탄생하고 자유인의 수는 급증한다. 헤겔은 여기까지밖에 못 봤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느끼기에 자유인은 부르주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는 개념이 됐다. 우리는 이들을 시민이라고 부른다.
시민은 따라서 자유로운 사람이다. 자유인이다. 시민은 역사속에서 그냥 탄생하지 않았다. 시민이 곧 자유다.
세계의 역사를 통해 자유를 실현하고자 했던 절대정신의 필연적 귀결이 바로 시민이다. 시민은 거대한 역사의 목표이자, 종착점이다.
어려운 말이지만 채사장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느낌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됐다. 결국 자유라는 절대정신이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역사이고, 자유인의 수가 늘어가는 것이 성장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성장해온 결과 시민이라는 결과에 도달했고, 시민이라는 결과가 역사의 목표이자 종착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시민이라 부르기 어려운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자. 아직 절대정신의 성장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2. 자유의 종류
세금, 국가와 관련해서 두 측면을 살펴본 것 처럼 자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다. 소극적 자유는 시장의 자유, 작은 국가, 낮은 세금, 낮은 복지와 상응한다. 적극적 자유는 국가의 개입, 큰 국가, 높은 세금, 높은 복지 쪽이다. 개념을 알아보자.
우선 자유는 타자에게 간섭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행동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한 문장 안에서 두 가지의 개념이 들어간다. 타자에게 간섭받지 않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것. 소극적 자유는 앞에 문장에 초점을 맞춘다. 타자가 간섭만 안 하면 소극적 자유는 확립된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려면 적극적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신이 지향하고 선택하는 것을 주체적으로 이룰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자. 소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국가에서는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저 간섭하지 않고 작은 국가의 형태로 치안과 국방의 역할만 다한다.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서 도태된다 하더라도 구제할 방안을 굳이 마련하지 않는다. 세금을 적게 걷고 복지를 줄인다. 그러나 성장하는 기업에 세금을 많이 물거나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 제제를 가하지 않아서 성장에 제약이 없다.
반면 적극적 자유를 추구하는 국가는 경쟁에 도태된 사람까지 구제해야 한다. 경쟁뿐만 아니라 재난, 재해, 사고 등으로 적극적 자유가 실현되지 않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할 수 없는 상태를 해결해주려고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그래서 큰 국가가 필요하고 세금을 많이 거둬서 복지를 늘려야 한다.
소극적 자유는 오늘날의 자유와 일맥상통한다. 적극적 자유는 오늘날의 복지와 평등의 개념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3. 생산수단을 소유할 자유
마지막으로 논하고있는 자유는 생산수단과 관련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생산수단의 개인화. 마르크스가 경계하고 비판했던 이 자유를 살펴보자.
시장에는 잉여생산물과 생산수단이 있다. 흔히 상품이라고 말하는 것들이 잉여생산물이다. 명품백, 옷, 자동차 등이 이에 속한다. 반면 공장, 토지, 부동산 등은 생산수단으로 추가적인 부를 불러올 수 있는 것들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개념까지는 아니지만, 잘사는 사람은 집을 몇채씩 가지고 있으면서 세를 주며 불로소득을 벌고 있다. 반면 열심히 일해서 집세 내고, 공장이나 회사에 돈이 떼이고 세금으로 국가에 떼이고 남은게 얼마 없는 노동자들도 있다. 이게 자본주의에서 추구하는 생산수단을 소유할 자유가 불러온 결론이자 마르크스가 경계한 것이다.
노동자가 착취당하는 것을 비판한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가 권력을 잡은 세상을 꿈꿨다. 생산수단의 개인소유를 금지하고 국가가 모두 소유하는 것을 추구했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이상적 사회를 추구했다. 이를 위해서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계급 해방을 위한 긍정적인 폭력으로 사회를 전복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모두가 알고있듯 공산주의는 실패했다. 생산수단의 국유화는 독재정부를 낳았고, 독재정부에 의한 통제는 비효율과 정부실패를 보여줬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서 생산수단의 개인소유가 빚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는 이를 적극적인 토론과 합리적인 조율로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4. 밀의 자유론과의 비교
이렇게 채사장이 말하는 자유, 자유의 종류, 생산수단의 개인소유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해봤다. 내가 앞서 정리한 자유론과 비교해서 짚고넘어가야할 것들을 정리해보자.
밀은 국가의 정책으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도덕적 가치로서의 자유를 설명했다. 사회가 개인에게 행사하는 무언의 압박을 없애야한다와 가까운 내용이었다.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고 다수의 횡포를 견제해야하고 멈춰야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생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주고 개별성을 인정해줌으로써 사회가 좀 더 발전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이는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중 어디에 속하는 내용일까?
개별성을 존중해준다는 내용과 소극적 자유는 비슷하다. 아무리 옳지 못한 판단처럼 보이더라도 그 행동이 개인이 선택한 행동이기 때문에 의미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선 소극적 자유를 추구했던 것 같다.
정치적으로 적용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채사장과 자유라는 것 자체의 원론적인 사고를 했던 밀은 함께 비교하기엔 어렵다. 그러나 분리해 보기보다는 같이 읽어보는 시도를 했다 정도로 이번엔 마무리하면 좋겠다. 역시 사고의 확장은 어렵다. 읽은 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것. 이 중요성을 인지했음을 감사히 여기고 오늘은 여기까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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