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조너선 라우시 - 지식의 헌법

송윤선 2022. 10. 14. 16:14

엄청 불편한 책이었다.

읽는데 오래 걸리는 책이었다.

소크라테스부터 트럼프까지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책이었다.

사상가들의 여러 다양한 사상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고, 정치적, 철학적 용어들도 많이 등장했다.

채사장의 열한계단에서 불편함에 직면했을 때 비로소 성장한다는 말이 없었다면, 포기했을 책 같다.

물론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흐름을 파악하려 노력했고, 나름의 깨달은 부분이 있었다. 그런 부분을 정리해보려 한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고, 다시 정리해보고 싶은 책이다.

 

 

별점은 3점.

★★★

인식론적 위기를 말하며 반향실을 주장하는 저자의 생각이 책에서 또 다른 반향실을 만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3점을 주고 싶었다.

사상의 발전과 미국의 헌법 창립 배경과 더불어 지식의 헌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왜 우리는 진실을 공유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우선 지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부터 던진다.

만약 내가 세상 만물의 이치를 혼자 깨달았다면 그것은 지식일까?

저자의 말로는 아니다.

지식이라 함은 현실사회 공동체에 나와 검증받고 수정받으며 오랜 기간 인정된 그리고 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해한 게 맞다면)

즉, 사회적 합의가 곧 지식이란 것이다.

내가 틀릴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공동체에 제시한 후 타인의 인정 혹은 비판을 받으며 수정해나가는 것이 인류의 지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의 확산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짐과 동시에 문제가 발생했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전의 정보들이 너무 빨리 확산되는 것이다.

심지어, 알고리즘의 발달로, 비슷한 성향의 비슷한 내용의 정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는 확증편향을 유도하고, 사고를 닫게 만들어버린다.

또한, 피아를 구분하게 되고 우리 집단의 사람들 간의 유대를 형성하는 반면 상대 집단에 적대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저자는 이런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나라에 헌법이 있어 국민들을 통제할 수 있듯, 지식에도 헌법이 있어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갈등을 유발하는 트롤링이나 취소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협의를 논하고 책을 마무리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내 삶을 돌이켜봤고, 나는 어떠한 경로를 거쳐서 어떤 사고를 형성하게 됐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하고 있는 사고의 근원은 어디이며, 어떤 누군가에 의해 유도된 생각은 아닌지 의심해봤다.

또한, 어떤 지식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진 좋은 기회였다.

 

내가 내린 최종적인 정답은 결국 소통이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나의 이야기도 전달할 수 있을 것이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대화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고 싶어졌다.

 

또한, 정보라는 것의 한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진실은 무엇이며 어떤 정보를 어떻게 보고 믿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들었다.

세상은 과학 실험 같지 않다.

심지어 과학 실험도 논의할 여지가 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서 어떤 정보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에 어떤 쪽을 지지할지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나는 어떠한 기준으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결국은 다시 정의란 무엇인가를 논하게 되었다.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편함을 추구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할 것 같다.